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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기간

    2020.12.30-2021.03.27

    전시구분

    문인사 기획전
  • 출품작가

    김원진, 박광수, 정현, 최요한

    장소

    성북예술창작터, 웹사이트





문인사 기획전 6 김훈《여기에서 나는 산다》

2020.12.30. - 2021.03.27.


기        간       2020.12.30. - 2021.03.27.

                      아카이빙  2020.12.30.(수) web OPEN !

                      전        시  2021.01.28.(목) - 2021.03.27.(토)

장        소     오프라인     성북예술창작터 전시실 1, 2(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23)

                      온  - 라인    문인사 기획전 6     http://sbart-m.com/

                          * 온라인 웹사이트를 통해 '아카이빙'와 '전시' 파트가 소개되고 있으며, VR 전시장을 통해 창작자의 다양한 작품과 텍스트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참여작가      김원진, 박광수, 정현, 최요한


관람안내      

관람시간        매주 화요일~토요일 10:00~18:00
휴        관        매주 월요일, 일요일을 포함한 법정 공휴일 * 토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휴관 / 2월 11일(목)-2월 13일(토) 설 연휴 및 3월 1일(월) 삼일절 휴

관  람  료        무     료 (※ 코로나 19 관계로, 전시실 내 관람 인원수 제한 있습니다.)


※ 코로나19 생활방역에 따른 미술관 관람안내

    미술관 관람 시 꼭 지켜주세요!

  

* 발열체크 및 신분증 확인 후 입장가능
* 출입자 체크리스트 작성
* 도슨트 해설 제한
* 전시실 내 최대  20명으로 입장 제한
* 관람객 사이 2m 이상 거리두기
* 마스크 착용 및 손 세정 후 입장



기획의 말


성북 문인사 기획전이 올해로 여섯 번째 해를 맞는다. 문인사 기획전은 그동안 성북 지역을 기반으로 문필 활동을 펼쳐온 한국 근현대 문인들 중 매년 한 분씩을 엄선하여 당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재조명하고자 노력해왔다. ‘문학의 박제화’가 아닌 ‘문학의 현재성’이야말로 문인사 기획전을 준비하는 전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였다.
 
올해의 문인으로 우리는 김훈에 주목한다.
 
2020년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속절없이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빠져들었던 해다. 감염병은 예외 없이 모두를 절대적으로 강타했다. 그러나 재난의 파급력은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고통은 더 깊고 더 크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재난의 불평등’이라는 문제의식이 우리의 공동체 내에서 중요하게 공론화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언젠가 김훈 문학의 핵심 주제어로 ‘고통의 자연사(自然史)’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인간의 고통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언제 어느 때고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 과거에 김훈은 이런 현실을 두고서 안타깝지만 근본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일종의 숙명론적 세계관을 비교적 일관되게 내비쳤었다.
 
그러나 최근의 김훈 문학은 그 결을 조금 달리하고 있는 듯 보인다. 김훈은 언젠가부터 (‘고통의 보편성’ 대신) 고통의 가장 약한 고리에 주목하고 있어 흥미롭다. 일례로 몇해 전부터 선생은 ‘생명안전 시민넷’이라는 시민단체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취약 노동자 계층의 위험한 노동 조건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들이받는 수밖에 없어요.”
 
얼마 전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선생 본인께 직접 들었던 문장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리고 ‘들이받아야 하는 일’. 두 개의 시간, 두 개의 표현 사이에 가로놓인 저 거대한 의미론적 낙차 앞에서 그만 아찔해지고 만다. 그동안 선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48년생 김훈의 문학은 여전히 아직도 새로이 생성 중에 있다.
 
‘여기에서 나는 산다’라는 전시 타이틀은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에서 가져왔다. 조선 시대 ‘사학(邪學) 죄인’으로 낙인 찍혀 사회적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철저하게 무명(無名)의 말년을 보낸 역사적 인물 정약전의 이야기. 놀랍게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흑산(黑山)을 흑산이 아니라 자산(慈山)으로 바꾸어 살려 한다.”
 
‘죽음의 산’을 기어이 ‘사랑의 산’으로 바꾸어 살겠다는 정약전의 다짐. 김훈에게 낙원은 결코 ‘저기’ 어디의 초월적 영역에 존재하지 않는다. 비루하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여기’가 역설적이게도 김훈의 낙원이다.
 
역병의 시대에 우리는 ‘여기’의 폐허로부터 천천히 겨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산다.  

- 기획단을 대신하여, 기획단과 함께, 이종찬(문인사 기획전 인문기획자)



전시 소개글


풍경과 상처, 그리고 낙원

작가 김훈은 자신의 시각으로 대상을 살펴보고, 자신의 언어로 글을 쓴다. 독자에게 이 글은 대개 소설과 수필일 텐데, 이번 전시는 그가 기자로 재직하던 때의 기사와 칼럼에도 관심을 가진다. ‘밥’과 ‘말’은 다른 시기, 다른 문체 속에서도 작가가 입장을 고수하는 주제다. 밥은 인간이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조건으로, 생활하기 위해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 벌어야 하는 굴레다. 그렇다면 밥벌이를 위한 수단은 말에 해당할 것이다. 작가는 밥을 곱씹으며 사람의 보편적인 본성과 한계를 떠올렸고, 자신의 통찰을 글로 표현해왔다. 언어는 사람들을 화합하고 반목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지만, 김훈은 그 속에서 사실을 전달하고자 애썼다. 그의 기사 속 육하원칙과 소설에 이어진 문체는 오해와 왜곡을 피하고 온전히 전달하려는 노력이다.

사실에 대한 통찰은 작가의 주제에 닿는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의 조선과 청의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작가는 말의 무력함과 통찰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이렇게 현실의 고민으로 빚어낸 작품들은 단지 고통만을 표현하는 곳이 아니다. 작품이라는 공간은 작은 소망이 담긴 일종의 낙원이고, 방문한 이에게 현실의 고통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깨우쳐준다.

전시에서는 김훈의 몇몇 시각을 공유하는 시각예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김원진 작가는 폐기된 기록물을 재구성한 작품을 통해 기억과 언어, 역사적 측면 등 기록의 다양한 속성을 읽는다. 회화를 그리는 과정을 어두운 숲에서 헤매는 것에 비유한 박광수 작가는 외부 세계에 대한 관찰과 창작의 지난함을 자신만의 풍경으로 표현해낸다. 정현 작가는 산불 현장에서 스러지고 남은 목재들을 작업의 재료로 사용하여 재난의 현장을 경험케 한다. 검게 빛나는 표면, 여전히 흙과 엉겨있는 밑둥과 줄기는 죽음과 동시에 생명의 흔적을 보여준다. 최요한 작가는 일상 속 소외된 사람과 사물을 분리해 포착한다. 강한 대비와 과감한 구도의 사진으로 불안정한 도시의 일면을 재구성한다.

작가는 현시대가 처한 상황을 목도하고 허구와 실재가 중첩된 작품 속 풍경으로 세상을 은유한다. 김훈과 시각예술 작가들의 작품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공명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팬데믹의 시대, 일상 속 재난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인간은 상처의 봉제선이 보이지 않는 무봉탑, 혹은 심리스(Seamless)의 상태를 원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며 기어이 터지고 꿰매어진 구멍들에 가깝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일상은 상처받고 상처 내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새롭게 돋아난다. 일상의 단면은 멈춰있는 듯 보이지만  개별의 시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진행형이다. 덧나고 아물어가며 버티고 걸음을 멈추지 않을 때, 시대는 극복될 것이다.

- 김태휘, 안성은 (문인사 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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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예술창작터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23


T. 02-2038-9989

E. SeongBukYoungArtSpace@gmail.com

H. sma.sbculture.or.kr/youngart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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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주관    성북구, 성북문화재단
후원              서울시자치구문화재단연합회, 서울문화재단

협력              성북정보도서관

기획              문인사 기획단(김태휘, 안성은, 이영현, 이종찬, 황유미)

시설              조수연
스텝              김다해, 송현창, 윤지찬, 최수빈, 홍진혁

그래픽         스튜디오 색감(최다운)
사진             최요한
영상             강영진
웹제작         아카이빙 바벨(박동준)
공간제작     곰디자인